026: 학교를 바꾸다, 이리여고 폴라리스

Feminist in STEM <페미회로> 인터뷰 프로젝트 026: 학교를 바꾸다, 이리여고 <폴라리스>

 

페미니즘 단체로 시민단체 혹은 20대 대학생들이 중심이 되는 조직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10대 혹은 그보다 어린 사람 중에도 페미니스트는 있고, 나름의 조직도 있다. 이번 인터뷰에서 소개할 페미니스트 모임은 전북 익산 이리여고의 인권동아리 <폴라리스>. <폴라리스>는 원래 2016년부터 <미스리딩>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다가 작년 2019년 이름을 바꿨다.

<폴라리스>는 학교에 장애인 인권 수업 개설을 건의하고 축제에서 인권 부스를 내는 등 활동을 해왔다. <폴라리스>는 이리여고에서 어떤 문제를 느끼고 해결해왔는지 들어보았다.

 

인터뷰어인 <페미회로>의 한솔은 한솔, 인터뷰이 익산 이리여고 <폴라리스>의 이가영, 이다은, 캐슈너트 님은 가영’, ‘다은’, ‘캐슈너트로 표기했다. 교정은 <페미회로>의 우연, 발행은 <페미회로>의 배현주, 우연(이상 가나다순)이 맡았다.

 

회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다은: 이리여고 2학년 올해 2019년 〈폴라리스〉 기장 이다은입니다. 관심사는 페미니즘과 환경입니다.

캐슈너트: 이리여고 1학년입니다. 동물, 환경, 인권에 관심이 많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관심 갖고 있습니다.

가영: 페미니즘을 포함한 모든 권리에 관심이 있는, 이리여고 2학년에 재학 중인 이가영입니다.

 

회로: 인터뷰에 응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캐슈너트: 가영 님 권유로 인터뷰에 참여했어요. 지역에 있는 고등학교에도 인권에 관심을 가진 학생들이 있다고 알리고 싶어요.

가영: 페미회로와 〈폴라리스〉가 페미니즘을 주제로 모여 생각을 공유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외부 활동을 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좋은 기회라는 생각에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다은: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였어요.

 

회로: 폴라리스에서 활동하기 여러분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폴라리스활동 전 동아리 활동이나 SNS에서 읽은 글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가영: 〈폴라리스〉가 작년 2018년까지는 <미쓰리딩>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다가 이름을 바꿨어요. 저는 〈미쓰리딩〉에서도 활동했는데요, 활동 전에는 같은 생각과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 서로 이야기하고 정보를 주고받고 활동하며 연대할 기회가 드물었어요. 독서 동아리가 아니면, 친구들끼리 모여 독서 토론 등 단체 활동을 하기 어렵잖아요. 그런데 〈미쓰리딩〉에서 책을 읽고 점심시간마다 모여서 토론하고, 토론이 아니어도 간식도 먹으면서 서로 힘들었던 얘기나, 이건 진짜 빻았다 싶은 일들을 얘기하고 그랬어요.

〈미쓰리딩〉이 인권 동아리인 만큼 서로 존중하는 분위기에서 모든 일을 진행했어요. 『인권 교문을 넘다』라는 학교 인권 침해 사례로 이루어진 책을 읽고 이야기도 나누었어요. 익산청소년문화축제의 청소년 인문학 읽기대회라는 행사에서는, 『소년소녀, 정치하라』라는 책을 읽고 녹색당 신지예 씨와 토론하기도 했어요. 사실 대화 중 책 내용보다도 각자의 경험과 각자 인상 깊었던 대목을 나누어서 특별하고 인상 깊었던 것 같아요.

다은: 고등학교 입학 전에는 페미니즘에 관심이 없었어요.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트위터를 시작하면서 여러 글을 접했어요. 임신한 여성에 관한 글이 기억나요. 글쓴이는 임신이 신기하지 않대요. 오히려 인류 과학이 발전해 사람이 달에 가는 시대에 임신 중 입덧과 생리통을 없애는 약이 없다는 게 더 신기하대요. 여기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했어요. 이후 강남역 살인사건, 몰카 등 여성혐오 범죄들을 접하고, 여성인권이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한 뒤 〈미쓰리딩〉에 가입하고 차차 더 관심을 가졌습니다.

 

캐슈너트: 초등학교 6학년 때 인터넷에서 한 작가분의 강연을 들었어요. 연사가 자신이 페미니스트고, ‘여자는 무엇을 해야 한다’, ‘된장녀’, ‘김치녀’ 등 여성에 대한 편견과 성차별을 알려주고, 성소수자가 존재한다는 것, 성소수자들을 혐오하면 안 된다고 말했어요. 이 강연을 듣고 충격을 받아 인권에 관심을 가졌어요.

중학교에 입학해서는 서울 퀴어퍼레이드에 참여하기도 했어요. 평소에는 성소수자 관련 굿즈를 접할 기회가 드문데, 많은 부스에서 각종 퀴어 굿즈를 접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또, 닷페이스의 고백 부스(*)에서 자신의 부모님이나 가까운 사람들에게 자신의 진실을 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가장 재밌었던 건 퍼레이드였는데,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서 재밌게 행진하고, 퍼레이드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이 퍼레이드하는 사람들에게 응원을 보내는 모습이 기억에 남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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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서울 문화축제에서 사람들이 퍼레이드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오른쪽 위로 익산청소년인권연합 깃발이 보인다. 사진: 캐슈너트

 

<폴라리스> 소개

회로: ‘미쓰리딩에서 폴라리스로 이름을 바꾼 이유가 무엇인가요?

다은: ‘미쓰리딩’이란 이름으로 활동할 때는,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가입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그게 싫어서 ‘폴라리스’로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개명하고 ‘미쓰리딩’이란 이름은 이리여고 〈미쓰리딩〉에서 활동하던 졸업생들과 담당선생님이 가져갔어요. 〈미쓰리딩〉이 이리여고의 동아리일 때는 학교 밖으로도 활동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저희가 〈미쓰리딩〉에서 활동하던 분들에게 배우고 많이 도움받고 있어요.

저희가 고등학생이라는 한계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적어요. 지금은 졸업한 〈미쓰리딩〉 분들에게 행사 소식을 듣기고 하고, 학교에 정보를 요구할 때는 〈미쓰리딩〉 담당선생님에게 도움을 받곤 해요. 이번 학기 초에 교칙이 개정되었어요. 개정 과정에 관련된 공문서를 보려 했어요. 그런데 어느 학교가, 재학생이 요구한다고 공문서를 보여주겠어요. 그래서 작년 2018년까지 이리여고에서 〈미쓰리딩〉을 담당하셨던 선생님께서 공문서를 구하는 데 도움을 주셨어요.

가영: 동아리 이름을 바꾼 뒤 도움을 많이 받았던 동아리실도 사라졌어요. 동아리실이 큰 역할을 한 건 사실이다 보니 활동이 거의 반 토막 났어요. 〈미쓰리딩〉이 동아리방에 매 점심시간과 방과 후에 모였지만〈폴라리스〉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만나요. 동아리가 추구하는 모습과 가치는 변하지 않은 것 같아요. 여전히 학교 내에서 보장되고 있지 않은 권리를 지켜야하고 인권 친화적인 학교를 만들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회로: 미쓰리딩에게 받는 도움을 좀 더 소개해주세요.

다은: 어떤 활동을 할지 아이디어를 받아요. 제가 기장이니까 학기 초에 어떤 활동을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그때 독서회를 해보라고 도움받았고, 축제 부스에서 어떤 내용 다룰지도 아이디어도 들은 적이 있어요.

외부에서 페미니즘 혹은 청소년 인권 연합이 생기면 알려주시기도 하고요. 촛불청소년연대가 학생의 날을 맞이해, 전국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인권실태를 조사한 적이 있는데, 〈미쓰리딩〉 분들이 저희가 그 설문지 참여할 수 있도록 링크를 공유해주신 적이 있어요.

 

회로: 동아리 활동에 어려운 점이 있나요?

다은: 〈폴라리스〉에는 배정된 동아리방이 없어서 동아리 활동할 때마다 빈 공간을 찾아다녀야 해요. 자율 동아리와 본 동아리가 있는데, 자율 동아리에는 동아리방과 활동비도 안 나와요. 〈폴라리스〉는 자율 동아리고, 본 동아리가 되려면 자율 동아리로 1년 이상 활동해야 하는데, 〈폴라리스〉는 아직 1년이 안 됐어요. 본 동아리 비중이 더 크고, 모든 학생이 본 동아리 하나에는 반드시 들어야 해요. 학교에서 본 동아리를 더 중요하게 여기기는 점도 아쉬워요.

 

회로: 회비만으로 단체를 운영하기는 어렵지 않나요?

다은: 모자라지는 않아요. 전라북도 교육청에서 도내 인권 동아리를 지원하는 사업이 있어서 그 사업에서 활동비를 받거든요. 연 200만 원을 받아 활동하니 회비가 부족했던 적은 한 번도 없고, 항상 기획을 못 해 아쉽죠. 작년에 〈미쓰리딩〉도 지원받았다고 들었어요. 15명 이상의 회원, 1년 계획을 내야 해요. 인권 신장을 위해 홍보 등 동아리 밖으로 향하는 사업도 포함해야 했어요. 그래서 학교 축제에 부스를 내기로 계획하고 이번 달에 부스를 냈어요.

축제 부스에서는, 전라북도학생인권조례의 취지를 퀴즈로 내서 맞추면 책을 주는 식으로 진행했어요. 영화 「82년생 김지영」과 관련해 포스트잇 적기 활동도 했고요. 인권 영역을 나눠, 장애인 인권 존중의식 테스트, 성소수자 인권 영역에서는 LGBT+(*)를 간단히 설명하고, 성소수자 혐오발언에 일침 같은 걸 적어두기도 했어요.

전라북도학생인권조례에 관한 퀴즈에서는 학생들이 꼭 알아야 할 내용만 추려서 적었어요. 예를 들면 종교의 자유, 양심의 자유 등을 설명하고, 상황을 제시한 다음에 이 상황에서 어떤 권리가 침해되고 있는지 맞추는 퀴즈를 냈어요. 한 학기 학생인권 교육이 몇 회 이루어져야 하는지 맞추는 퀴즈도 냈고요. 예를 들면, 용의 복장 규정을 지키겠다는 서약서 작성을 강요받은 상황과 핸드폰을 압수당한 상황이요.

XX년생 XX 방명록 포스트잇에서는, ‘여성들이 발소리를 두려워하지 않는 밤길을 만들고 싶다’, ‘(몰카 없는) 공중 화장실을 이용하고 싶다’, 명절 잔소리를 그만 듣고 싶다, ‘명절에 남자도 일 좀 해라’와 같은 얘기가 많이 나왔어요.

가영: 회비가 남아서 문제에요. 더 알뜰하게 돈 팍팍 다 쓸 걸 하면서 아쉽기는 해요.

(*) 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 등 성소수자를 묶어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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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리스〉 부스에 냈던 퀴즈 행사. 사진: 〈폴라리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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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리스〉 부스에 냈던 포스트잇 방명록. 사진: 〈폴라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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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리스〉 부스에 참여하는 학생들 모습. 사진: 〈폴라리스〉

 

회로: 폴라리스를 소개해주세요. 동아리에서 같이 얽었던 책과 본 영화도 소개해주세요.

다은: 1학년 3명, 2학년 8명이에요. 실제로 활동하는 분들만 세자면 4명이에요. 그리고 선생님 1명이요. 「가타카」라고 유전자 조작으로 아이를 낳는 세상을 다룬 영화, 「82년생 김지영」, 「서프러제트」를 봤어요. 책은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인권연대의 청소년 인권 특강』, 『아동 인권』을 읽었어요. 책을 선정할 때는, 포털 사이트에 ‘인권’이라고 검색해서 나오는 결과 책 40종 각 2권씩 샀어요. 산 40권 중 몇 권을 보고 괜찮다 싶은 몇 권을 골라 책을 읽고 토론했어요.

 

가영: 다들 학업에 벅차다 보니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2학년 친구들은 거의 〈미쓰리딩〉 회원들이고, 1학년 친구들은, 익산인권동아리연합(이하 ‘익인동’)에서 이리여고에 진학해 가입한 친구들이거나, 가입하고 얼굴 한 번 못 본 친구들이에요. 다들 권리에 목이 말라서 찾아왔을 거라 생각해요. 더 배우고 알아가야 하니까요.

여성 인권, 학생 인권, 성 소수자 인권, 장애인 인권, 동물권까지도 모든 분야에 발을 들여보자고 시작했어요. 동아리를 만든다고 신청서를 낼 때 많이 걱정했던 것 같아요. ‘우리가 ’미쓰리딩‘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시작하는데 잘 할 수 있을까?’. ‘〈미쓰리딩〉 선생님으로 활동하다 다른 학교로 가신 선생님 없이 잘 할 수 있을까?’ 하면서요.

저희가 만든 저희의 뜻이 담긴 동아리니까 열심히 하자 우리끼리라도 뭐라도 하자면서 매주 모였어요. 학교에 인권 동아리 하나라도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시작했더니 벌써 학년 말이네요! 교내 인권 침해 사례도 제보받고, 연대하는 동아리에요.

『인권연대의 청소년 인권 특강』이라는 책을 읽고 선생님과 감명 깊은 대목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어요. 이 책은 장애인 인권과 페미니즘 등 저희가 공부하려는 내용을 다양하게 포함해서 어느 부분을 읽어도 이야기를 나누기 좋았어요.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지만, 페미니즘과 관련된 이야기만 꼽자면, 혐오는 꼭 싫어하고 미워하는 것만이 혐오가 아니고, 미소지니misogyny(*)의 어원과 여성 숭배는 혐오라는 이야기를 나눴어요.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도 같이 읽었어요. 저는 이 책을 〈폴라리스〉에서 읽기 오래전에도 읽었는데, 계속 기억나던 내용이 있어요. 꼭 웃지 않아도 된다고요. 제가 평소에 그런 말을 많이 들어왔거든요, 좀 웃으라고 정색하고 있다고, ‘여자애가 애교가 있고 웃는 맛이 좀 있어야 한다’ 둥 이런 말들이 있잖아요. 저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주던 말이어서, 웃을 필요가 없다는 구절을 늘 기억하고 다녔어요.

 

(*) 한국어로는 여성혐오로 번역되는 원어.

 

이리여고에서 활동하기

 

회로: 제가 학교에 다닐 때는, 두발과 복장 규제도 무척 답답했어요. 지금 이리여고 교칙은 어떤가요?

가영: 교칙이 2019년에 개정되었어요. 2018년 이전에는 두발은 거의 자유였고 복장 단속도 심하지 않아서 교복과 사복을 자유롭게 입을 수 있었고, 복장 색상을 제한하지 않았어요. 간단한 동의서만 내면 핸드폰도 내지 않아도 되었고, 화장도 단속하지 않는 다른 학교들에 비해 자유로운 교칙이었어요. 그런데, 올해 교칙을 갑자기 개정한다는 소문이 들려오더니 저희 의견 수렴하지 않고 교칙을 통보받았어요. 복장은 교복 혹은 검정~남색계열만 입을 수 있게 되었고, 외투도 밝은색은 입을 수 없게 되었어요. 화장하면 복도를 지나다가도 잡히고, 쉬는 시간에 핸드폰을 해도 뺏기게 되었고요.

각 학년과 반마다 제한하는 규정이 모두 달라서 학년과 반마다 학생끼리의 분열이 생기기까지 했어요. 그래서 대자보도 붙였죠. 선생님들은 교칙 위반은 바로 생기부에 기록된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면서 많이 협박하세요. 이번 학기가 너무 힘들었지만. 다행스럽게도 다시 개정한다고 해요. 설문조사도 시작했고요. 어떻게 교칙이 어떻게 개정되어도 분명 학생 인권을 침해하리라고 생각해요. 학생 인권이 보장하게끔 교칙이 개정되면 좋겠습니다.

 

다은: 내년 2020년에 다시 개정할 예정이지만, 지금 교칙을 말씀드릴게요. 2019년 교칙은 ‘학생다움’, ‘단정함’과 같은 표현을 포함해요. 전북학생인권조례에 나와 있듯 이런 표현은 학생을 틀 안에 가두고 개성을 실현할 권리를 제한하는 표현이에요. 그래서 이런 표현이 빠지면 좋겠고, 더 나아가 용의 복장 규정 자체가 사라지면 좋겠어요. 우리 학교에서는 교복이 아닌 사복을 입지만, 옷의 색과 재질을 제한해요. 예를 들면, 남색, 회색, 검은색만 입도록 해요.

 

회로: 학생들이 교칙 개정에 참여할 수 있나요?

다은: 교칙 상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하지만, 학교가 기회를 충분히 부여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교칙 개정을 위해 열렸던 공청회에도 일반 학생이 참여하지 않았고 공청회에 생활규정에 대한 의견을 모으기 위해 학급 회의를 진행하게 했는데 회의를 한 학급도 있고 안 한 학급도 있고요. 그래도 2020년 교칙 개정은 2019년보다 나아질 것 같다고 생각한 게 12월 16일에 생활규정 개정 1차 의견 수렴을 위해 교직원, 학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해서 인터넷 설문조사를 진행했거든요. 제대로 된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나아졌다고 보았어요.

가영: 교칙에 따르면, 학부모, 교사 대표, 학생 대표가 모여 공청회를 진행하고 교칙을 개정해야 해요. 그런데 이리여고 교칙 개정에 있어서 학생이 참여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공청회가 열리지도 않았고, 교칙 개정 결과를 통보받기만 했어요,

 

회로: 82년생 김지영 보러 갈 때 폴라리스회원이 아닌 이리여고 구성원도 함께 봤나요?

가영: 동아리 비가 많이 남기도 했고, 특정 부원 말곤 활동 참여가 너무 저조해서, 영화라도 보자는 생각에 친한 친구들 부르고, 〈폴라리스〉에 관심은 있지만, 학교 눈치 때문에 가입하지 못한 친구들과 함께 갔어요.

다들 너무 공감했던 장면이나, 책을 영화로 잘 풀어내었다는 이야기, 엄마, 할머니 이야기 등 먹먹한 이야기를 했어요. 김지영의 어머니가 가족 식사 자리에서 김지영에게 막 나대라는 장면이 너무 좋았다는 친구도 있었고, 아들 보약만 지어온 아버지께 화내는 어머니의 연기가 너무 좋았고 눈물이 났다는 친구, 그리고 저는 저희 엄마 생각이 많이 났다고 이야기를 했어요. 저를 낳고 하지 못한 일들이 많은 우리 엄마. 그리고 친하긴 했지만, 페미니즘에 관해선 이야기를 잘 나누지 않던 친구가 “이 영화 내 인생 영화가 된 것 같다”라고 이야기를 했을 때 괜히 슬프고 고마웠습니다.

 

다은: 교사 중에는 오지 않았고, 회원 친구인 2학년 2명이 같이 보고 오긴 했어요. 영화 보고 나서는 영화에서 어느 부분이 슬펐다는 감상도 얘기하고, 자기 경험과 연관 지어 얘기 나누기도 했어요. 〈폴라리스〉를 담당하는 남자 선생님은 자신의 가족들 얘기를 영화에 연관 지어 말씀하시기도 했어요.

 

회로: 이리여고에서 교사와 학생들은 폴라리스를 두고 어떤 이야기를 주로 하나요?

캐슈너트: 학기 초에 〈폴라리스〉에 가입하려는 제게, ‘〈폴라리스〉는 좀 이상한 동아리라고, 다시 생각해보는 게 어떠냐’는 식으로 말씀하셨어요. 작년에 〈폴라리스〉에 관련된 안 좋은 일이 많았다면서 안 좋은 말씀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다은: 〈폴라리스〉는 인권을 공부하기 위해서 만든 독서 토론의 목적이 큰데, 〈미쓰리딩〉 당시 교내 인권 침해를 문제 삼고는 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불편해하는 거죠. 캐슈너트 님이 어떤 선생님을 말하려는지 알 것 같은데, 이 선생님뿐만 아니에요. 장애인 인권 교육에 관해 교장선생님께 건의하러 간 적이 있어요. 교장선생님이 어떻게 말씀하시나면, ‘나도 인권 좋아한다. 그런데, 대자보를 하든 무엇을 하든 나에게 먼저 말해주고 하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어요. 저희 활동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교사가 안 그런 교사보다 훨씬 많아요.

학생들 의견은, 가입 홍보, 축제 부스에서 들을 기회가 있었어요. 〈폴라리스〉 활동도 좋고 들고는 싶은데, 생활기록부 쓸 때 유리한 동아리 들고 싶어서 다른 동아리에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자율 동아리가 있고 본 동아리가 있는데, 〈폴라리스〉는 자율 동아리고, 자율 동아리는 1개밖에 들 수 없거든요.

 

가영: 〈폴라리스〉는 〈미쓰리딩〉만큼 파급력이 크거나 반감을 사지는 않아요, 아는 사람만 아는 동아리죠. 근데 〈미쓰리딩〉은 정말이지 모두가 싫어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너 〈미쓰리딩〉이니?’라는 유행어가 생길 정도로요. 〈미쓰리딩〉이 5년 정도 활동했지만 저는 1년만 활동했는데도, 제가 〈미쓰리딩〉인 걸 모두가 알고, 모든 선생님이 약간 눈치를 줬어요. 따로 불러서 이야기할 정도로요. 사실 그게 스트레스였지만, 저는 그 상황에서 활동을 포기하면 제가 지는 것 같고, 학생 인권이 보장되면 교권은 추락한다는 말에 동의하는 것 같아서 계속 따가운 시선을 받아도 좋다고 생각하며 활동했어요.

하지만 이제 〈미쓰리딩〉은 이리여고에서는 역사 속 동아리가 되었고 〈폴라리스〉라는 인권 동아리가 생겼잖아요? ‘다들 냅둬 쟤네 원래 그래~’하며 포기했는지 아니면 이제 이해하기로 했는지, 전처럼 눈치를 주거나 싫어하진 않아요. 제가 면역이 생겨서 둔해진 걸 수도 있지만요. 다들 교내에서 인권 침해를 당했을 때, 빻은 말 듣고 화났을 때 저한테 와서 이야기하고, 같이 화내기도 해요. 인권 좀 챙기겠다는데 당연한 거 보장받지 못하면서 사니까 만든 동아린데 왜 눈치를 주고, 제 권리를 포기해야 하는지 모를 일이에요. 계속 활동해야죠. 계속.

 

회로: 여성주의를 주제로, 가족과 친구 등 주변 사람들과 갈등이 생기면 어떻게 대처하나요?

캐슈너트: 수학 학원 선생님과 일이 있었어요. 선생님이 ‘남자는 하늘이고, 여자는 땅이다.’, ‘여자는 서로 질투해서 승진 못 한다’는 얘기를 하니, 저와 친구가 불편하다고 말을 했더니, ‘이런 얘기를 하면 꼭 이런 애들이 있다’며 이상한 애들로 취급했어요. 학교 선생님들은 워낙 사례가 많아서 따로 말하기도 힘들고요.

다은: 2학년 어느 선생님은 여성혐오적인 발언을 굉장히 많이 하세요. 여성 인물이 주제가 될 때마다 출산 관련된 얘기를 많이 하세요. 예를 들면 ‘마리 앙투아네트가 사치가 심했고 아이를 못 낳았다’는 식으로요. 다른 선생님은 ‘너희가 아이를 많이 낳는 것이 나라를 위하는 것’이라는 식으로 말씀하세요. 듣고는 ‘저희 결혼 안 해요, 애 안 낳아요’라고 대꾸하니, ‘꼭 저런 애들이 먼저 결혼하고 애 낳더라’는 식으로 반응하시더라고요. 정말 일반적인 분들이에요.

 

가영: 학교 밖에서는 여성주의를 주제로 이야기할 일이 거의 없고, 학교와 집이 일상이기 때문에 학교 안의 일이 전부에요. 학교 안에서, 모두가 같은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페미니즘에 대한 의견 차이, 생각 차이는 분명히 있어요. 저는 1학년 때 반 친구 한 명이, ‘페미는 메갈이다’, 산이 노래를 들으며 산이를 옹호하는 발언을 한 친구가 있었어요. 그 친구도, 여태 살아오면서 차별이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알텐데 그런 말을 하는 게 너무 속상하더라고요. 그래서 큰소리로 ‘그럼 내가 메갈 하겠다, 문제 있냐’면서 그 친구와의 사이는 막을 내렸던 기억이 나네요.

그 상황에서 반 아이들은 다들 저를 보며, 저건 좀 아닌 것 같다고. 한 친구는 ‘너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말해보라’면서 반이 떠들썩했던 기억이 나요. 다들 큰 행동으로 보여줄 순 없어도 속으로는 페미니즘에 관심이 가득하다는 걸 느꼈어요. 여자 고등학교에서 다같이 생활하며 몸 부딪히며 살아가는데 어떻게 페미니스트가 아닐 수 있을까 싶었어요.

제가 동급생과 의견 충돌이 있던 건 이 일뿐이고, 보통 선생님과 의견 차이가 생겨요. 수업 시간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는 선생님들이 계시기 때문에. 좀 편안하게 대해주시는 선생님께는 그건 좀 아니라고 말씀드리는 것 같아요.

woman holding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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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로: 교사들도 문제 발언을 하나요?

캐슈너트: 정말 많이 해요. ‘성소수자가 많이 입양하는데, 자기들은 그게 좋은 줄 안다’, ‘여자는 나이가 어릴 때 화장하면 천하고, 나이 들어 화장하면 추하다. 그래서 내 딸에게 화장 좀 하라는 얘기를 했다.’, ‘그렇게 섹시한 자세로 앉아 있지 말라’, ‘다리 두꺼우니 치마 입지 말라’,’너 예쁘다‘, ’못생겼다‘ 평가도 자주 하고요. ‘나는 성소수자 지지 안 한다. 그건 자연의 섭리에 어긋나 싫어한다’.

학년으로 차별도 하시는데요 ‘2학년은 1학년에 비해서 되게 말을 안 듣는다’, 3학년 선배가 서울대에 합격한 소식을 1, 2학년이 모인 자리에서 전하며 1학년에게만 기대한다고 표현하시기도 했어요. 어떤 선생님은, ’임신은 할 만하다. 여성은 임신하고 나면 더 강해진다. 꼭 한번 해봐라‘는 식으로도 말씀하셨고요.

다은: 학년 초에, ‘정신교육’이라고 교사들이 2학년 학생들을 강당에 모은 적이 있어요. 용의 복장 규정에 불만이 있다면 모두 말해보래서, 누가 치마 길이와 관련된 규정을 문제 삼았어요. 그러자 어떤 선생님이, ’보는 사람이 불편할 정도만 아니면 된다. 입는 꼬라지가 너무 사람 불편하게 한다.‘

가영: 우선, 트위터에 ‘이리여고 명언봇’ 이라는 계정이 있어요. 계정이 소개하듯, 선생님들이 모든 권리를 다양하게 침해하는 빻은 말을 하십니다. 계정에 올라온 말이 다가 아니고요. 제가 모르는 사이에 더 많은 말이 오가겠죠. 다른 반 친구에게 작년 일을 들었어요,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자신도 ’00년생 000‘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내겠다는 남자 선생님이 계셨어요. 그분보다 더한 분이 학교에 많아요. ‘여자애들이~‘ 로 시작하는 말도 많이 하시고 학생다움을 많이 강조하시곤 해요. ‘공부 못해도 남자 잘 만나서 결혼하라’는 선생님도 계시고. ‘여자애들이 이러면 안 되고, 학생다워야 한다’는 둥 학교 안팎에서 말도 안 되는 많은 요구를 받아요.

 

회로: 교사들이 적절한 제재를 받기도 하나요?

다은: 제재는 없는 것 같아요. 선생님이 있다는 것 자체로 학생들은 할 말도 못하고, 갈등 안 만들려 하죠.

 

회로: 학생들과는 어떤가요?

다은: 학생들은 다양해요. 여성주의에 무관심한 친구도 있고, 안티페미에 가까운 친구도 있고요. 여성 연예인이 이슈가 되면 의견이 많이 갈리는데, 면대면으로 얘기해 본 적은 없어요. 속으로만 ‘쟤 왜 또 저래’라고 생각하죠.

 

회로: 여고, 남고, 남녀공학 학교의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고 말씀하는 분들이 있어요. 학교 밖에서 느끼기에는 어떤가요?

캐슈너트: 남학생들은 막말을 정말 많이 해요. ‘여자를 만났는데 엄청 뚱뚱하다. 돼지x이다.‘, 술 마시고 담배 피웠다는 얘기도 크게 말하고요.

 

회로: 이리여고라서 좋은 점과 안 좋은 점이 있나요?

캐슈너트: 가장 좋은 건 복장이 자유로운 거죠. 많은 학교에서는 허용되지 않는 사복이 허용되거든요. 장애인 친구들이 있어서, 편견과 차별을 극복할 기회가 있어요. 안 좋은 점은, 선생님들이 고쳤으면 하는 점을 말할 곳이 없어요. 선생님들의 장애인 인권 의식도 없고 학교에서 장애인 인권이 바닥임에도, 해결하려는 노력도 없고요.

다은: 저도 비슷해요. 저희 학교에서는 장애인 학생과 비장애인 학생이 같이 수업을 들어요. 엘리베이터도 있어, 시설 면에서는 장애인 학생들을 존중해준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시설만 좋을 뿐 의식은 바닥이에요. 전라북도학생인권조례에 따르면 학교마다 인권 교육을 연 2회 실시해야 해요. 이런 이유로 시행하는 교육도 다분히 형식적이고, 학생들이 자습하는 시간 정도로만 여겨요.

가영: 공립 학교이기 때문에, 신고나, 건의 사항이 사립 학교보다 빠르게 수용된다는 점이 그나마 좋네요. 하지만 저희는 졸업 전까지는 이리여고 학생이니까 다른 학교와 비교하는 게 의미가 없잖아요? 저희가 사는 세상이 힘든데 누구랑 비교하면서 위안을 얻는다는 것도 이상하고. 아직 선생님들께서 숱한 빻은 말들을 하세요, 교칙도 제대로 개정이 되지 않았고요.

 

회로: 인권 교육 내용은 무엇인가요?

다은: 강의마다 내용은 달라요. 장애 인권을 다루기도 하고요. 올해는 1학기에 전문가분을 불러, 노동 인권 강연과 장애인 인권 강연을 들었어요. 장애인 인권 교육은 반마다 그저 영상물을 틀어주고 말았어요. 애들이 보고 있겠어요. 그 시간에 자습하죠.

캐슈너트: 노동 인권 교육 때는 강당에 모여서 같이 교육을 들었는데요, 선생님이 사진만 찍고 끝내면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다은: 이 두 교육 외에, 저와 가영이가 교장 선생님께 건의해 강사분을 불러 장애인 인권 교육을 또 하기도 했어요. 이 교육은 2학년 장애 학생이 있는 학급만 들었어요. 사고로 장애를 얻은 분을 초청했었는데, 적은 학생만 인권 교육에 참여시키니 훨씬 잘 집중하더라고요. 다만 수업 내용으로는 할 말이 많아요. 교장선생님께 건의한 취지는, 학생들이 장애인 비하 발언을 함부로 일삼는 행동에 문제를 느끼고 이를 고치려는 목적이었어요. 강의를 비하할 의도는 없지만, 그 강의 내용은 안전 교육과 크게 다르지 않은 후천적 장애를 얻지 않는 방법이 주였어요.

 

회로: 학생 간 장애인 인식이 다른가요?

다은: 선생님들이 학생에게 아예 관심 없고 신경을 안 쓰세요. 장애 학생들은 4교시까지만 수업을 듣고, 이후 수업은 장애 학생들만 모인 통합반이라는 곳에서 수업을 들어요. 많은 선생님께서 장애 학생들을 ’4교시까지 수업 듣고 갈 애들‘이라고만 생각해요.

사례를 들자면, 조별 활동을 하는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장애 학생은 조를 안 짜서 수업에 오셨어요. 그러니 장애 학생들은 어디 있어야 할지도 모르는데 선생님은 나 몰라라 하셨어요. 수업에서 배제하는 일도 직접 봤고, 듣기로는 수업에서 조는 학생에게 ’특수 학생(장애 학생)도 그렇게는 안 한다‘는 식으로 말했다는 선생님도 있대요.

가영: 작년 저희 반에도 통합반 친구가 있었어요. 제가 ‘장애인 같다’, ‘병신’ 이런 비하 발언 자체를 쓰지 말자고 자주 말하고, 많이 싸워서인지, 장애 인식이 낮은 반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모든 반이 그러지 않고, 통합반 친구들이 있는 자리든 없는 자리든 비하하는 의미가 담긴 말을 많이 쓰는 반도 있다고 해요. 장애 학생 친구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친구들끼리 있는 자리에서, ‘너 장애인 같다~’라는 말을 한다든지, 지금 지금은 제 학급에 장애인 친구가 없지만, 반에서 장애인 비하 발언이 정말 난무해요. ‘장애인’을 비하하는 뜻으로 말하는 게 잘못인지 모르는 친구들이 꽤 많아요.

캐슈너트: 학생들이 장애 학생들을 엄청 무시하죠. 학생들이 장애 학생을 폭행한 적이 있어, 담임 선생님께 건의드렸어요. 선생님이 폭행당한 장애 학생에 좀 더 관심을 가지기는 했지만, 그 장애 학생이 괴롭힘당하는 것은 변하지 않았어요. 제가 가해 학생을 알려주지 않아서인지, 가해 학생이 처벌받지는 않았어요. 제가 담임선생님에게 폭행 사건을 말씀드리기 전까지, 장애 학생이 본인 학생이라는 생각을 전혀 안 하셨대요. 아마 통합반 담임선생님이 따로 계시니, 비통합반 담임선생님들은 자기 반 학생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으셨던 것 같아요.

 

회로: 교내 페미니즘 이슈를 소개해주세요.

다은: 학교와 관련된 이슈는 아니지만, 학교 친구들과 얘기하는 이슈는 있어요. 최근에 연예인들이 악플로 안타까운 선택을 한 사건이 많았잖아요. 누구는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고 하고, 어떤 애들은 누구의 악성 댓글 때문에 죽었는지 대화하더라고요. 진솔이라는 아이돌이 인스타그램에 ’짧거나 달라붙는 의상으로 활동하는 영상으로 만든 짤 좀 그만 올리라‘고 올린 글(*)이 요즘 학교의 페미니즘 이슈에요.

가영: 여자 영어 선생님이 나눠준 지문의 주제가 여성 인권이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다 여성에 관한 지문이었어요. 그분 수업에서 최초의 여성 마라토너 이야기, 그리고 그 본문으로 영상 제작을 하고, 여성 투표권의 역사도 배우고. 그리고 페미니즘, 여성 인권, 여성 인물에 대해 발표하는 학생들이 많아졌어요. 여자 선생님들께서는 모두 페미니즘에 좋은 응원을 보내주세요. 영화 「82년생 김지영」 이야기도 나누고요.

(*) 전혜민, 「성희롱성 게시물에 에이프릴 진솔 “그만 올려라” 호소」, 2019.12.25, 여성신문

 

회로: 익산에는 다른 인권 동아리는 없나요?

다은: 주변 여러 학교 학생이 익인동 톡방에 계시긴 해요. 그런데 그분들이 졸업하시면서 소식을 더 듣지는 못했어요.

가영: 익인동은 작년에 서울 퀴어문화축제로 캠프를 다녀온 후로 특별하게 모인 활동이 없어요. 다시 살려보자고 회원을 모집했지만, 올해 익인동 활동 역시 저조했기에 새로 들어온 회원도 없어요. 〈미쓰리딩〉은 졸업한 분들이 대학가로 나가셔서 활동하고 계세요 〈폴라리스〉와 〈미쓰리딩〉은 학교 교칙 문제로 모이기도 하고, 이번에 페미니즘 독서 토론 모집을 하는 것 같더라고요. 모두 각자 자리에서 열심히 하고 있어요.

 

회로: 마지막으로 청소년 페미니스트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캐슈너트: 다들 학교생활만으로도 바쁠 텐데, 각종 이슈를 고민하고 현실을 개선하는 데에 집중하는 게 대단하고 앞으로도 세상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데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요.

다은: 항상 여성 청소년으로 살아가는 데에 한 점 부끄럼이 없습니다.

가영: 학교 안에서의 활동이 열악한 건 사실이에요. 우리 활동에 있어서 명확한 답이란 건 없는 것 같아요. 함께 연대하면 뭐든 할 수 있어요. 그리고 2년간 동아리 활동을 하며 느낀 것은, 안 바뀌고 계속 제자리 걸음일 것 같은 것도 어떤 점에서는 분명히 바뀌고, 분명히 바뀔 거에요.

 

사회는 많은 유무형의 규칙으로 유지된다. 그 중 어떤 규칙은 불필요하고도 억압적이다. 지나가는 학창시절로 다뤄지기만 하는 초중고등학교 사회는 일반 사회와는 좀 더 특수하다. 일반 사회에서는 누구든 그 자체로 독립된 존재로 다뤄지는 반면, 초중고등학교의 구성원인 학생은 독립되었다기보다도 보호자의 도움을 받아야하는 존재로 여겨지기도 한다. 도움받아야하는 존재로 여기는 이유에는 학생이 시민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범할 수 있는 여러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주기 위함도 있다. 반면 학생은 단지 보호자의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고 여긴다면, 시민이 공동체의 문제와 규칙을 두고 다른 시만과 직접 만나 해결하는 상상력을 기르기는 어렵다.

많은 이가 학창 시절을 답답한 시절로 기억할 것이다. 모두 두발 규제와 복장 단속, 핸드폰 압수 등 온갖 불필요한 규칙에 답답했다. 그러나 잘못된 규칙을 개선하기 위해 누구를 만나 무엇을 제안해야하는지는 상상이라도 해본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규칙은 주어진 것이고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한 이도 많을 것이다. 반면 폴라리스에서는 학교를 바꾸기 위해 적극적으로 구성원들을 만나고 활동해왔다.

폴라리스가 주변에 끼친 영향이 적지 않았으리라고 생각한다. 누군가 직접 규칙을 바꿔내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과 상상력을 가질 수 있다. 용기 있게 직접 다른 시민을 만나온 모습이 폴라리스의 활동이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지길 바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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